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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알아두어야할 근로기준법

번아웃 증후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by notes64 2026. 2. 22.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Burn-out)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재만 남은 상태를 뜻하는 이 증상은, 방치할 경우 단순 무기력을 넘어서 자살 충동, 심각한 뇌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번아웃을 개인의 멘털 문제, 열정 부족 등으로 생기는 것으로 치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의 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번아웃을 조직적인 과로 체계와 부적절한 직무 환경이 낳은 산업재해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법적 쟁점 : 번아웃 그 자체는 산재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명칭 자체는 아직 산재법상 독립된 질병 코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정의하며 직업 관련 현상으로 분류했습니다. 

  • 한국 산재 인정 방식 : 따라서 산재를 신청할 때는 번아웃이라는 용어 대신, 이로 인해 파생된 의학적 질병명을 명시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응장애 : 업무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
    2. 우울에피소드(우울증) : 지속적인 우울감과 의욕저하
    3. 불안장애 및 공황장애 : 업무 압박으로 인한 극도의 공포와 신체 반응
    4.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사고 이후 겪는 정신적 고통

 

산재 승인을 결정짓는 업무상 질병 판정 기준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상당 인과관계입니다. 즉 회사가 아니었어도 당신이 아팠겠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1. 시간적 가중 요인(과로 여부) : 정신질환 산재에서 업무 시간은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 만성과로 :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업무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60시간 초과 시 가중치 대폭 상승)
    • 단기과로 :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급증한 경우
  2. 업무의 질적 가중 요인 : 시간뿐만 아니라 업무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 감정노동 : 고객의 폭언이나 감정 소모가 심한 직종
    • 직장 내 괴롭힘 : 상사나 동료로부터의 폭언, 따돌림, 부당한 인사 조치
    • 책임의 무게 : 중대한 사고의 책임자 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의 예산을 관리하는 경우

 

산재 승인 확률을 높이는 5단계 실전전략

번아웃 산재는 사고 산재와 달리 입증 책임이 오롯이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다음 5단계를 철저히 준비하세요. 

1단계 :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확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병원 방문입니다. 상담 시 반드시 "업무로 인해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말하고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초진 기록지는 산재 심사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2단계 : 업무 강도 입증 자료 수집

출퇴근 기록(교통카드 내역, GPS), 이메일 발신 기록, 메신저 업무 지시 사항, 통화 목록 등을 모두 엑셀로 정리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주말이나 퇴근 후 업무지시가 있었다면 반드시 캡처해 두어야 합니다. 

3단계 : 주변인의 진술 확보

직장 동료의 진술은 큰 힘이 됩니다. 만약 동료의 협조가 어렵다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평소 업무 고충을 토로했던 카톡 메시지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4단계 : 경위서 작성(스토리텔링)

단순히 힘들었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예 : o월 o일 대규모 프로젝트 투임, o월 o시 상사의 폭언 등)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5단계 : 전문가(노무사) 상담

정신질환 산재 승인율은 약 50~60% 내외로 일반 사고보다 낮습니다.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법리적인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프리랜서 및 특수 고용직(플랫폼 노동자)을 위한 조언

최근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인해서 전속성 요건(한 곳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여러 업체의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리랜서도 업무상 과로로 번아웃이 왔다면 산재를 신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이커머스 운영자, IT개발자 등은 과도한 마감 압박이 산재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번아웃은 당신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그 조직에 누구보다 헌신했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하지만 헌신의 대가가 파괴된 일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산재 승인을 받게 되면 치료비 지원은 물론 쉬는 동안 임신의 70%를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